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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팔트 위의 지렁이, 비도 안 왔는데 왜 죽었을까|여름철 생태

writeguri2 2025. 10. 27.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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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아침 길 위에서 발견한 이상한 장면

출근길이나 산책 중, 비가 오지 않았는데도 도로 위에 지렁이 사체가 널려 있는 광경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아스팔트 위에 몸을 꼬며 말라붙은 작은 생명들.
그 곁에는 파리가 날아들고, 주변의 온도는 이미 30도를 넘어선다.

 

이 현상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비가 오면 지렁이가 땅 위로 나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비가 오지 않은 날에도 지렁이가 죽어 있는 이유에는 과학적 배경이 숨어 있다.

 

기온, 토양 구조, 산소량, 그리고 도시 환경의 변화까지—
모든 것이 이 작은 생물의 생존을 위협한다.


지렁이의 생태적 특징: ‘숨을 쉰다’는 건 생각보다 복잡한 일

지렁이는 폐가 없다.
대신 온몸의 피부로 호흡한다.
피부를 통해 산소를 흡수하고,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그래서 그들의 피부는 항상 촉촉하게 젖어 있어야 한다.


건조해지면 즉시 산소 교환이 어려워지고, 곧 질식한다.

하지만 여름철 한낮의 아스팔트 위 온도는 60℃ 이상으로 치솟는다.

토양이 빠르게 말라버리면 지렁이는 숨을 쉴 수 없게 된다.


결국 건조로 인한 질식사—이것이 ‘비가 오지 않았는데 죽은 지렁이’의 가장 일반적인 원인이다.


비가 아닌 ‘열’이 만든 함정: 토양의 산소 고갈

지렁이가 사는 흙속은 단순한 흙덩이가 아니다.
그곳은 미세한 공기층과 수분이 섞인 복합 생태 공간이다.


평소엔 그 안에서 충분한 산소를 얻을 수 있지만,
기온이 상승하면 산소 용해도가 급격히 떨어진다.

 

토양 온도가 30도를 넘어가면 흙 속의 산소 농도는 약 40% 이상 감소한다.
즉, 지렁이는 땅속에서도 숨이 막혀 올라오는 것이다.


비가 오지 않아도, 더위만으로 지렁이가 지상으로 기어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그 위가 아스팔트라는 점이다.
습기가 없고, 온도가 높으며, 피할 그늘조차 없다.


결국 지상으로 나온 지렁이는 몇 분 만에 체내 수분을 잃고 죽는다.


지렁이의 ‘비 착각 현상’: 진동과 습도의 유혹

지렁이는 진동과 습도의 변화에 매우 민감하다.
비가 내리면 지면에 빗방울이 떨어지며 ‘진동 패턴’을 만든다.
지렁이는 그 진동을 느끼고, 천적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지상으로 올라온다.

 

문제는 도심이다.
여름철 아스팔트는 에어컨 실외기 진동, 도로 공사 소음, 차량 진동 등으로
비와 유사한 진동을 만들어낸다.


이때 지렁이는 ‘비가 오고 있다’고 착각하고 올라오지만,
실제론 건조하고 뜨거운 환경이다.

 

결과는 명확하다 — 착각으로 인한 죽음.



도심의 지렁이 떼죽음, 환경 변화가 만든 ‘보이지 않는 폭력’

도시의 흙은 이미 오래전에 생태적 숨구멍을 잃었다.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는 땅의 호흡을 막는다.


지렁이가 살던 흙은 도심 열섬현상(heat island)으로 인해
한낮에는 40~50℃까지 달궈지고, 밤에도 식지 않는다.

 

게다가 비가 오지 않으면 지하수 수위가 낮아지고,
토양 내부의 수분이 사라진다.

 

이때 지렁이들은 살아남기 위해 이동을 시도하지만,
토양이 단단해져 뚫고 나올 힘조차 잃는다.


결국 약한 개체들은 탈출 도중 죽고,
표면까지 나온 지렁이들은 열과 건조로 사라진다.


여름철 지렁이 폐사에 영향을 주는 환경 요소들

과학적으로 분석하면 지렁이 떼죽음에는 다음의 복합 요인이 작용한다.

  1. 기온 상승 – 체내 수분 손실 가속, 대사 불균형
  2. 토양 건조화 – 피부 호흡 불가, 산소 공급 단절
  3. 진동 착각 – 비 오지 않아도 지상으로 유인
  4. 도심 열섬현상 – 토양 과열 및 산소 부족
  5. 농약·제초제 잔류 – 미량의 독성물질로 신경 마비
  6. 빛 반사와 자외선 – 체피(體皮) 손상으로 인한 수분 증발 가속

이 중 하나만 작동해도 생존이 어렵지만,
여름의 도심에서는 이 모든 요인이 동시에 발생한다.
결국 지렁이들은 ‘보이지 않는 복합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죽어간다.



지렁이는 왜 도심에서 특히 많이 죽을까

도시의 토양은 이미 **“죽은 흙”**이다.
지렁이는 토양의 유기물을 먹고, 배설물로 토양을 비옥하게 만든다.
그러나 도심의 흙은 시멘트, 중금속, 타이어 가루, 미세플라스틱으로 오염되어 있다.

 

지렁이는 이러한 환경에서 체내 독소를 배출하지 못한다.
농약이나 제초제 잔류물에 극도로 취약하기 때문이다.


결국 지하에서 서서히 약해지고, 지상으로 나오며 열에 노출되어 폐사한다.

 

비가 오지 않아도, 도시의 흙은 이미 그들에게 치명적이다.


지렁이의 죽음이 알려주는 생태계의 경고

지렁이는 단순한 벌레가 아니다.
그들은 ‘흙의 폐(肺)’로 불린다.
토양을 뒤집고, 공기를 공급하고, 영양분을 순환시킨다.

 

그런데 그 지렁이가 도시에서 지속적으로 죽어간다는 것은
토양 생태계의 붕괴를 의미한다.
토양이 숨을 쉬지 못하면 식물이 제대로 자랄 수 없고,
이는 곧 생태계의 기반 붕괴로 이어진다.

 

한마디로, 지렁이의 죽음은 환경 변화의 조용한 경고음이다.


여름철 지렁이 보호를 위한 실천 팁

작은 생명을 살리는 일은 거창하지 않다.
다음의 몇 가지 습관이 도심 생태를 회복시키는 첫걸음이다.

  1. 불필요한 제초제·살충제 사용 줄이기
  2. 정원이나 화단 흙 덮개(멀칭)로 수분 유지
  3. 텃밭이나 화분에 유기물 퇴비 주기
  4. 지렁이 발견 시 물을 살짝 뿌려 토양으로 유도
  5. 학교·아파트 단지 내 생태교육 프로그램 확산

이러한 작은 행동들이 쌓이면,
도시는 다시 **‘숨 쉬는 땅’**을 되찾을 수 있다.


결론: 작은 생명 하나가 말하는 도시의 온도

지렁이가 죽는 이유를 알아본다는 건 단순히 생물학적 호기심을 넘어서,
도시와 인간의 관계를 되돌아보는 일이다.


비가 오지 않아도 죽는 지렁이의 모습은
결국 우리가 만든 환경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죽음은 조용하지만 명확한 메시지를 전한다.


“땅이 아프다.”

지렁이를 살린다는 건,
결국 우리 자신이 살아갈 땅을 지키는 일이다.


참고문헌

  1.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토양 산소량과 지렁이 활동 관계 연구」, 2022
  2. 환경부, 「도시열섬현상과 생태계 변화 보고서」, 2023
  3. 국립생태원, 「지렁이 생태와 토양 건강성 평가 자료」,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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